프롤로그: 헐크는 왜 외로운가?
2008년, 마블은 두 편의 영화를 개봉했었습니다. 하나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언맨」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덜 주목받았지만 중요한 연결고리였던 「인크레더블 헐크」가 바로 그 두 편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아이언맨이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문을 화려하게 열었다면, 헐크는 그 문 뒤에서 그림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같은 해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헐크는 MCU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이후 「어벤져스」(2012)에서 마크 러팔로가 배너 박사를 연기하면서 「인크레더블 헐크」는 잊힌 작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 영화가 MCU에서 의미 없는 작품이었을까? MCU의 백팬으로 개인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죠. 헐크의 존재는 단순한 힘의 상징만이 아닙니다. 그의 분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액션만을 앞세운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인크레더블 헐크」를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하며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1. 분노의 저주 – 브루스 배너는 왜 도망자였는가?
이 영화는 마블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기원(origin) 스토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미 감마선 사고를 겪은 브루스 배너(에드워드 노튼)는 브라질의 빈민가에서 숨어 지내며 감정을 통제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군대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배너에게 헐크란 자신을 파괴하는 존재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저주와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 그는 ‘심박수 200을 넘기지 않기 위해’ 요가와 호흡법을 연습하며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익히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쉽게 본능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요. 배너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헐크로 변하는 첫 장면은 일부러 관객에게 헐크의 모습을 숨긴 채 진행됩니다. 그림자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 벽을 부수는 거대한 힘, 그리고 압도적인 존재감. 이는 괴수 영화를 연상시키며, 헐크의 존재를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들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2. 초인병사의 실패작 – 압보미네이션과 헐크의 차이
MCU에서는 슈퍼 솔저(초인병사)라는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레드 스컬, 그리고 헐크. 하지만 헐크는 그 중에서도 가장 통제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배너가 헐크가 된 과정은 사실상 초인병사를 만들기 위한 군사 실험의 부산물이었습니다. 반면, 블론스키는 힘을 얻기 위해 스스로 감마 실험을 통해 ‘압보미네이션(Abomination)’이 됩니다. 하지만 블론스키는 헐크와 달리 인간성을 거의 잃어버린 괴물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어떻게 보면 동일한 감마 실험으로 탄생한 두 존재의 너무나 동떨어진 결과물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 그 너머에 있는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헐크와 압보미네이션의 대결은 단순한 힘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헐크는 원하지 않은 힘을 가졌지만, 이를 남용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와 정반대로 압보미네이션은 강력한 힘을 원했고, 결국 그는 그 힘에 잠식당하고 맙니다. 이는 MCU가 이후에도 반복해서 다루는 테마 중 하나입니다. 힘을 가졌을 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3. MCU에서 잊힌 퍼즐 조각 – 왜 중요한 영화인가?
「인크레더블 헐크」는 흔히 MCU에서 아쉽게도 가장 잊힌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MCU의 여러 요소들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들을 남겼습니다. 먼저 토니 스타크의 등장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해 로스 장군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노출됩니다. 또한 초인병사 프로젝트의 확장의 단서가 등장하게 되는데, 영화에서 등장하는 ‘슈퍼 솔저 혈청’은 나중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심지어 「팔콘과 윈터 솔저」 시리즈까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헐크 캐릭터의 방향성 변화 또한 볼 수 있는데, 이후 마크 러팔로가 헐크를 맡으면서 배너의 성격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론: 헐크는 어디로 가는가?
「인크레더블 헐크」는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분노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MCU에서 잊힌 조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헐크는 여전히 MCU에서 외로운 존재로 그려집니다. 솔로 영화도 없고, 단독 스토리라인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남긴 흔적은 MCU의 흐름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헐크는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MCU는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최근 「쉬헐크」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헐크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월드 워 헐크」 영화 제작 루머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헐크가 다시 MCU의 중심으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그 시작점이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였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dz6eBeW19Lg?si=wSwGX6FSNHKP8h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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